과학 상식

마라톤 후 뇌에 일어난 변화···몸이 달리면 뇌도 달린다

sciencewave 2025. 4. 3. 13:41
 

Home -

사이언스 웨이브(Science Wave)는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최신 과학뉴스와 쉽고 재미있는 과학상식을 전달합니다.

sciencewave.kr

 

 

  • 뇌 신경 신호의 속도 조절기 미엘린
  • 마라톤 후 줄어든 미엘린, 두 달 만에 회복
  • 전신 에너지 사용 급증 시···뇌도 대응

42.195km를 달리는 극한 스포츠(extreme sport) 마라톤. 페이스 조절과 지구력을 요구하는 마라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한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이다.

특히 '마의 30km'라고 불리는 구간은 러너들에게 가장 가혹한 순간이다. 이 시점, 글리코겐(탄수화물 저장 에너지) 고갈되면 신체는 비효율적인 지방 연소로 전환되고 심장 과부하, 근육 경련, 체력 급락으로 이어진다. 신체적으로 벽에 부딪히는 순간, 이 과정을 통과하면 뇌에서도 조용히 변화가 일어난다.

미엘린(myelin), 신경 신호의 증폭기

미엘린은 신경세포 축삭을 감싸며 신호 전달 속도를 높이는 지방질이다. 이 절연막이 줄어들면 신경계는 여전히 작동하지만, 전달 속도와 효율이 저하된다. 사고가 느려지고, 집중력이 흐려지는 등 일시적인 인지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마치 5G가 2G로 전환된 것처럼, 외부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이 둔해지는 셈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마라톤 완주 직후 일부 뇌 부위에서 미엘린 수치가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마라톤 후 줄어든 미엘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쉬는 중’

스페인 연구팀은 마라톤 참가자 10명(남성 8명, 여성 2명)을 대상으로, 경주 직전과 직후(24~48시간 이내), 그리고 2주 또는 2개월 후에 뇌 MRI를 촬영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모든 참가자에게서 미엘린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조절, 감각 및 감정 처리와 관련된 12개 뇌 영역 일어난 변화였다.

 

 

마라톤 완주 후 뇌 백질 부위에서 미엘린 수분 분율이 감소한 모습. 미엘린 수분 분율(MWF)은 신경을 감싸는 미엘린의 양을 반영하는 지표로, MRI를 통해 측정된다.

[자료=Nature Metabolism (2025), DOI: 10.1038/s42255-025-01244-7]

 

그러나 이러한 감소는 두 달 이내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연구를 주도한 스페인 바스크 컨트리 대학교(University of the Basque Country)의 신경과학자 카를로스 마투테(Carlos Matute) 박사는 "이번 연구는 특정 조건에서 미엘린의 지방 성분이 뇌의 에너지 대사에 기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엘린 감소가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거나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마투테 박사는 "뇌의 미엘린 활용 및 재생 과정이 오히려 신경계의 대사 적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긍정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마라톤은 근골격계와 심폐계뿐 아니라 뇌 기능까지 영향을 받는 전신적 부하 상황으로, 신체 각 기관의 점진적 적응 과정을 유도하는 도전이다. [사진=nature]

 

마라톤, 극한 에너지 소모에 대응하는 뇌

그렇다면, 왜 이런 변화가 발생하는 것일까? 연구진은 에너지 대사 관점에서 설명을 시도했다.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초기에는 탄수화물을, 이후에는 지방을 주요 연료로 사용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뇌가 미엘린의 일부 성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전신의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뇌 역시 자체 자원을 일부 동원해 대응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가설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실제로 미엘린이 직접 연료로 사용되는지 여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높은 곳에 살면 정말 빨리 늙을까?···상대성 이론과 생체 시간의 관계

Home -사이언스 웨이브(Science Wave)는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최신 과학뉴스와 쉽고 재미있는 과학상식을 전달합니다.sciencewave.kr  시간은 어디서나 똑같이 흐를까. 아침에 일어나고,

sciencewav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