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방사선도 버틴 생명체···극한 내성 지의류의 저력

Home -

 

 

화성은 생명체에게 가혹한 행성이다. 얇은 대기, 극심한 일교차, 강한 방사선.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을 버텨낸 지구 생명체가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의류가 화성 유사 환경에서도 생존하며 활발한 대사활동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의류는 곰팡이와 조류(또는 남세균)가 공생하며 살아가는 복합 생물체다. 겉보기에 하나의 생물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른 생명체가 협력해 살아가는 독특한 생존 방식이다. 나무껍질이나 바위 위에 붙어 자라며, 극지방이나 고산지대, 사막처럼 다른 생물이 살기 힘든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화성 배경 위에 합성된 지의류 Cetraria aculeata.

[자료=Skubała 외, 「Lichen」 / 디자인=Pensoft Publishers / CC-BY 4.0]

 

 

화성 탐사 시뮬레이션에 투입된 곰팡이-조류 공생 생물

이번 연구는 지의류가 화성처럼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 것이다. 폴란드 연구진은 두 종의 지의류, 디플로스키스테스 무스코룸(Diploschistes muscorum)과 세트라리아 아쿨레아타(Cetraria aculeata)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

연구팀은 화성의 대기 조성, 낮은 기압, 급격한 온도 변화, 강한 X선 방사선 등을 인공 챔버에서 재현했다. 지의류는 이 조건에 5시간 동안 노출되었으며, 실험은 빛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이런 조건은 화성 표면에서 태양빛이 닿지 않는 음지, 혹은 먼지 폭풍 중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

화성 방사선도 꺾지 못한 생명력, 지의류

화성에서는 대기가 매우 희박해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표면까지 그대로 도달한다. 이런 이온화 방사선은 지구 생명체에 치명적일 수 있지만, 실험에 사용된 지의류 중 D. 무스코룸은 X선에 노출된 상태에서도 대사 활동을 유지하며 방어 기작까지 작동시켰다.

 

이는 단순히 죽지 않고 버틴 수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상태로 주변 환경에 반응하며 스스로를 보호했다는 뜻이다. 이전까지는 이온화 방사선이 화성 생존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는 그 벽이 의외로 낮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화성처럼 차갑고 거친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한 장치. 이끼가 놓인 금속 판 위로 차가운 온도, 낮은 기압, 건조한 공기, 그리고 X선으로 우주 방사선을 흉내 낸 환경을 만든다. CO₂ 가스를 주입해 화성 대기까지 모사하며, 모든 조건은 정밀한 센서와 컴퓨터로 조절된다.

[자료=IMA Fungus (2025) / DOI: 10.3897/imafungus.16.145477]

 

 

화성 생존자, 지의류의 끈질긴 생명력의 기원

지의류는 곰팡이와 조류(또는 남세균)가 공생하며 살아가는 복합 생물체로, 하나의 생물처럼 보이지만 두 생물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다. 곰팡이는 지의류의 ‘몸체’를 이루며 수분을 유지하고, 조류나 남세균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서로 다른 역할을 나누어 하면서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

지의류는 건조, 추위, 자외선, 방사선 등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에 매우 강하다. 극지방, 고산지대, 사막, 심지어 원자로 사고 지역에서도 생존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생명 활동을 거의 멈추고 있다가 조건이 좋아지면 다시 깨어나는 ‘크립토바이오시스’와 유사한 상태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도 이들의 생존력의 핵심이다.

​

특히 곰팡이 파트너는 환경 스트레스에 반응해 항산화 물질이나 손상 복구 효소 등을 빠르게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화성 유사 환경 실험에서도 곰팡이 부분이 대사적으로 반응하며 방사선 방어 기작을 작동시킨 점이 확인되었다.

​

연구를 이끈 카야 스쿠발라 박사는 “이번 실험은 지의류의 곰팡이 파트너가 화성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도 실제로 대사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결과는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 전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며, 향후 우주 생물학과 탐사 계획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연, 방사성폐기물 포장 간소화 기술 국내 첫 승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