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상식

[생존의 한계] 동사

sciencewave 2025. 2. 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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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등산 중에 예기치 못한 기상 변화로 조난을 당하며, 그들 대부분은 추위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일부는 불행하게도 목숨을 잃는다.

저 체온(hypothermia)으로 동사한 최초의 기록은 아마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접경의 알프스 계곡에서 약 5200년 전에 얼어 죽은 외치(Ötzi)*일 것이다. 빙하에 묻혀 미라가 된 그의 시체가 빙하 가장자리에 반쯤 노출되어 있는 것을 1991년 어느 등산객 부부가 발견했다. 외치는 눈 속의 산행에 맞도록 잘 무장하고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갈비뼈가 세 대나 부려져 있었고 먹을 것을 지니고 있지 않았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도망치듯 황급히 집을 떠난 듯싶고, 추격을 받은 후 추위를 이기지 못했던 것 같다.

 

 

 

1991년 알프스의 빙하에서 발견된 5000년 전의 남자로 알려진 외치. 동사하며 빙하에 묻혔기 때문에 미라가 된 외치는 완벽하게 보존이 되었다.

 

 

 

미라를 기반으로 복워한 외치의 모습. © KENNIS AND KENNIS/SOUTH TYROL MUSEUM OF ARCHAEOLOGY

 

 

우리 몸의 가슴과 배 깊숙한 곳의 체온은 36〜38℃이다. 저 체온은 이 몸 중심 온도가 35℃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경미한 저체온 현상은 몸이 떨리고 손에 감각이 없어지며 손놀림이 둔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스키를 타는 것과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하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피곤하며 춥고 말다툼을 하게 되고 남과 협동하기가 어려워진다. 경미한 저 체온은 판정하기 어렵고 당사자는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외투의 지퍼를 올릴 수 없거나 장갑을 낄 수 없으면 동상에 걸릴 수 있다. 몸 중심의 온도가 불과 1도 정도만 떨어져도 신체의 반응 시간이 느려지고 판단 능력이 저하된다. 따라서 경미한 저 체온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보통의 저 체온은 몸 중심 온도가 35℃ 미만으로 떨어질 때 발생하며 몸을 심하게 떨게 된다. 섬세한 운동 기술과 전반적인 근육 조절 능력이 저하하여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힘들어지며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정신적인 능력도 떨어진다.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생각이 흐려지며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어진다. 산악인들은 안전장치를 제대로 매지 못하여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무덤덤해지고 무기력해지며 비협조적이고 소극적이 되며,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종종 조금 전에 벌어진 일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몸 중심 온도가 32℃ 미만으로 떨어지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몸 떨림마저 멈춘다. 근육에서 더 이상 열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체온은 더 떨어진다. 결국 걷지 못하게 되어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 땅에 웅크리고 주저앉게 된다. 30℃ 근처로 떨어지면 의식을 잃는다. 어느 피해자는 ‘나는 추위가 점점 심해지는 걸 느꼈다. 얼굴이 얼어가고 있었다. 손도 얼고 있었다. 감각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으며 일종의 망각 상태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저체온증의 증상들. 의식 착란, 떨림, 말하기 어려움, 졸림, 근육 경직. 출처: richlandhealth.org

 

 

심각한 저 체온이 발생하면 심장 박동이 급격히 떨어지고 맥박은 거의 잴 수 없을 지경이 되며 숨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낮고 불규칙해진다. 숨을 1분에 한두 번 쉴까 말까 하고 심장도 그 정도로 뛸 뿐이다. 피부는 창백해지며 만지면 얼음처럼 차게 느껴진다.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동공이 확장된 채 빛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목숨이 아직 붙어 있더라도 거의 죽은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대사 동결 (metabolic icebox)’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빈사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추위는 심장의 박동원의 기능을 저하시켜 맥박이 줄어뜬다. 몸 중심 온도가 약 28℃ 미만으로 떨어지면 심장 근육이 경련을 일으켜 정상적인 혈액 공급이 불가능해져 결국 죽게 되는 부정맥(cardiac arrhythmia) 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같은 심장의 이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체온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지면 심장은 멈추게 된다.

*최몽룡 역.「오천 년 전의 남자」. 1994. 청림출판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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