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상식

유체 전극 배터리 개발···'말랑말랑' 구조로 기술 한계 넘는다

sciencewave 2025. 4. 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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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기는 언제나 배터리의 틀 안에서 설계돼 왔다. 내부를 차지한 단단한 사각형에 맞춰 회로는 구부러졌고, 외형은 그 제약에 따라 정해졌다. 하지만 스웨덴 린셰핑대학교 연구팀은 이 익숙한 공식을 거꾸로 돌렸다.

전극을 고체에서 액체로 바꾸고, 배터리를 고정된 구조물이 아닌 유연한 재료로 다시 정의한 것이다. 질감은 치약처럼 부드럽고, 3D 프린터로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종이산업의 부산물인 리그닌과 도전성 고분자처럼 흔하고 지속가능한 소재로 제작됐으며, 신체 곡면이나 옷감 위에도 자연스럽게 적용 가능하다.

이 배터리는 전자기기의 내부를 지배하던 중심 부품에서, 설계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는 구성 요소로 전환되고 있다. 배터리가 기기에 맞춰졌던 시대에서, 기기가 배터리의 가능성에 맞춰 재구성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같은 개념은 린셰핑대학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이번 유체 전극 배터리를 개발한 린셰핑대학교 유기전자소자연구실(LOE) 연구진. [사진=Thor Balkhed]

 

 

배터리의 모양이 자유로워지면 가능한 일들

배터리는 전자기기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부품이다. 특히 몸에 밀착되는 웨어러블 기기나 이식형 의료장치에서는 배터리의 부피와 형태가 설계의 가장 큰 제약이 된다. 인슐린 펌프나 심장 박동기처럼 가능한 한 작고 유연해야 하는 장치에서도, 기존 배터리의 고정된 형태는 한계를 드러내왔다.

 

린셰핑대학교 연구팀은 이 구조적 문제를 전극 자체의 성질을 바꾸는 방식으로 풀었다. 전극을 고체가 아닌 유체 형태로 구현함으로써, 배터리 전체를 늘리거나 구부려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전의 유연한 배터리들이 기계적 구조에 의존해 왔다면, 이번 기술은 물질 수준에서 유연성을 확보한 셈이다. 실제로 이 배터리는 두 배로 늘려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500회 이상 충·방전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다.

 

 

 

자유롭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한 배터리. [사진=Thor Balkhed]

 

 

종이 찌꺼기로 만든 지속가능한 배터리

이 배터리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무엇으로’ 만들었느냐다. 연구팀은 희귀 금속 대신, 종이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자원인 리그닌(lignin)을 전극 소재로 사용했다. 리그닌은 목재에서 셀룰로오스를 분리하고 남는 찌꺼기로, 대부분 폐기물로 처리된다. 여기에 도전성 고분자(conjugated polymer)를 결합해, 전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흐르게 하는 기능을 확보했다.

흔하고 저렴하며, 기존 산업에서 이미 다량 배출되는 재료를 배터리의 핵심 부품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이 기술은 에너지 저장의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연구에 참여한 Mohsen Mohammadi 박사는 “리그닌과 고분자는 환경 부담이 적고 지구상에 풍부한 자원"이라며 "실제 성능도 충분히 확보되고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전압은 약 0.9V 수준으로, 상업용 제품에 바로 적용하기엔 부족하다.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연이나 망간처럼 흔하고 안전한 금속을 활용해 출력 전압을 높이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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