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감칠맛과 첨가물을 먹는다’···조기사망 위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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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피자, 컵라면, 즉석 덮밥, 에너지바, 무설탕 음료. 초가공식품은 이제 간편함과 효율을 내세운 일상식이 됐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포장된 식사와 초가공식품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식품산업은 전통 식재료 중심에서 기능성 첨가물과 합성 성분을 조합한 고도 가공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유통과 마케팅은 ‘편리함’과 ‘건강 이미지’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국제 연구는 이러한 변화에 경고를 보낸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s)을 많이 섭취할수록 조기 사망 위험이 명확히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8개국의 식이조사와 사망률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초가공식품, 단순한 고염·고지방 문제 아냐
초가공식품은 주로 식품 원료 자체보다는 식품에서 추출되거나 실험실에서 합성된 성분으로 만들어진다. 식물성 유사 단백질, 정제 전분, 고과당 시럽, 유화제, 색소, 감미료, 향료, 방부제 같은 첨가물이 주성분이다. 가열·압출·탈수·재구성 같은 공정을 통해 형태와 맛을 조절하며, 이는 저장성과 유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산업적 필요에 따른 결과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전체 식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조기 사망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관련 사망률이 최대 14%에 이르며, 이는 단순한 영양 문제를 넘어 가공 방식과 첨가물 중심의 식품 구조가 공중보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식품은 실제로 조리하거나 식재료를 손질할 필요 없이 섭취가 가능하며,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인체에 필요한 식이섬유, 미량 영양소는 부족하고, 대사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공 첨가물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고염·고지방’ 식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번 연구는 미국 예방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2025년 4월호에 발표되었으며, 브라질 오스왈두 크루즈 재단(Fiocruz)의 에두아르도 닐손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다.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영국, 미국의 국민 식이조사와 국가별 사망 통계를 활용해, 초가공식품이 전체 에너지 섭취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조기사망 간의 연관성을 정량화했다.
초가공식품은 주로 인공 첨가물과 산업적 가공을 통해 만들어지며,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섭취는 대사 교란, 장내 미생물 변화,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심혈관질환, 당뇨병, 일부 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누적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늘어날 때마다 전체 사망률은 평균 3% 증가한다. 국가별로는 UPF 섭취 비중이 가장 낮은 콜롬비아에서 전체 조기사망 중 4%가 초가공식품 섭취와 관련됐고, 섭취율이 가장 높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그 수치가 약 14%에 달했다. 연구팀은 2018년 기준으로 미국 내에서만 약 12만4천 건의 조기사망이 초가공식품 섭취와 직접 관련된 것으로 추산했다.
에두아르도 닐손 박사는 “초가공식품은 열량과 나트륨 문제를 넘어서, 산업 가공 과정 자체와 다양한 인공 성분이 인체 건강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며, “질환별 분석이 아닌 전체 사망률과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초가공식품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총체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간편한 식생활로의 전환, 전 지구적 건강 부담
이번 연구는 단순한 상관관계 보고를 넘어서, 식문화와 식품 산업 구조의 차이가 조기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국가별로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UPF 섭취율이 정체 상태인 고소득 국가와 달리,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초가공식품 소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보건 부담의 확산 가능성을 시사한다.
초가공식품(UPF) 섭취가 전체 에너지 섭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조기 사망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PF 소비 비중이 낮은 콜롬비아에서는 조기 사망 중 약 4%가 관련된 반면, 섭취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그 비율이 약 14%에 달했다.
[사진: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2025). DOI: 10.1016/j.amepre.2025.02.018]
초가공식품 섭취는 지금까지도 심혈관질환, 비만, 제2형 당뇨병, 일부 암, 우울증 등 30개 이상의 질환과 연관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조기사망이라는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지표로, 초가공식품이 개별 질병을 넘어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을 정량적으로 보여줬다.
연구진은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식품 라벨링을 통해 가공 수준을 명확히 표시하고, 어린이 대상 광고를 규제하며, 고위험 UPF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지역 기반의 신선 식재료와 전통 식단을 보호하고 장려하는 식생활 정책이 국제 보건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닐손 박사는 “이미 초가공식품이 일상의 식사로 자리 잡은 고소득 국가뿐 아니라,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조기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질 것”이라며, “식품 환경을 바꾸는 정책 없이는 이 경향은 멈추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첨가물의 안전 기준, 일상 섭취 현실과 동떨어져
현재 승인된 식품첨가물의 안전성 평가는 주로 동물 실험에 기반한 단기 독성 테스트와 ‘허용 일일 섭취량(ADI)’ 산출에 의존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수치들이 단일 물질을 단기간 섭취했을 때의 반응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생활에서는 여러 종류의 첨가물이 혼합된 식품을 하루에도 여러 번, 수년간 반복적으로 섭취하며, 이 조합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유화제는 장내 점액층을 손상시켜 미생물 불균형을 유발하고, 이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프랑스 INRAE와 미국 조지아주립대 등에서 발표됐다. 인공감미료는 장내 미생물 대사를 교란하고 포도당 내성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제2형 당뇨병의 전단계로 간주된다. 일부 방부제(예: 나이트레이트)는 체내에서 발암물질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도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경고한 바 있다.
즉, ‘허용된 범위 안에서 쓰였으니 안전하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불완전한 전제일 수 있으며, 첨가물 자체가 아닌, 가공된 식품 시스템 전체를 문제의 단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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