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조립 게임 현실로?···버거봇, 27초 만에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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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초에 한 개씩 완성되는 햄버거
- 고기 굽고 조립 포장까지 모두 자동화
위에서 패티가 떨어지고, 그 위로 치즈, 양상추, 피클이 완벽한 타이밍에 쌓인다. 모든 재료가 딱 맞아 떨어지며 완성되면 '퍼펙트!' 사운드가 쾌감을 자극한다. 모바일 버거 만들기 게임이다. 이런 단순한 게임 구조가 지금, 로스가토스 한복판 주방에서 실제 로봇에 의해 재현되고 있다.
27초 만에 완성되는 로봇형 조립 라인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인근의 부촌 로스가토스에 전면 자동화된 패스트푸드 매장 ‘버거봇(BurgerBots)’이 문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햄버거를 조립하고 조리한다. 햄버거 한 개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7초. 참깨 번 위에 소고기 패티, 특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를 순서대로 쌓아 올려, 똑같은 품질의 완제품을 만든다.
이 조립 시스템은 ABB 로보틱스와의 협업으로 구축됐다. 산업용 IRB 360 플렉스피커(FlexPicker)가 토핑을 집어 올리고, 유미(YuMi) 협업 로봇이 최종 포장을 담당한다. 고기를 갈고 굽는 단계부터 시작해 조립, 포장까지 전 과정을 로봇이 처리한다. 조립은 QR 코드가 부착된 트레이 위에서 이뤄지며, 각 공정은 자동화된 라인을 따라 정밀하게 진행된다. 가격은 18달러로, 고급 수제 햄버거 수준이다.
기계는 불만도, 실수도, 체모도 없다. 막 일 시작한 초보 아르바이트생과 달리, 로봇은 매번 같은 속도와 품질로 제품을 생산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데모가 아니다. 플렉스피커와 유미로 구성된 컴팩트 조립 셀은 실시간 재고 추적 시스템과 결합되어 있어 운영 효율성과 위생 모두를 고려한 구조다.
QR 코드 트레이 위에서 최종 조립된 18달러짜리 햄버거 [사진=ABB]
자동화는 조립을, 인간은 접객을 맡는다
현재 버거봇은 전면 무인 매장이 아니다. 햄버거 조립은 로봇이 맡지만, 고객 응대와 서빙은 여전히 인간 직원이 수행한다. 매장 측은 로봇이 생산 업무에만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직원 채용 공고를 게시하고 있다. 단, 버거 조립 관련 포지션은 없다.
ABB 로보틱스 부문 대표 마크 세구라는 “서비스 업계는 역동적이고 까다로운 분야이며, 로봇은 산업용 수준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이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을 맡으면, 직원은 기억에 남는 고객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봇 팔에 귀여운 얼굴을 붙이면, 마치 즐겁게 버거를 조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ABB]
ABB가 1,250명의 호스피탈리티 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7%는 로봇이 지루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데 긍정적이었으며, 63%는 로봇 도입이 업무를 수월하게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버거봇 시스템은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ABB는 이미 2021년 라트비아에서 '로보이츠(Roboeatz)'라는 자율 주방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바 있으며, 해당 시스템은 80가지 재료로 1,000개 이상의 요리를 조리할 수 있다. 버거봇은 이 기술을 미국 외식 산업에 맞게 현지화한 셈이다.
이 매장은 현재 오픈한 지 24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실험적인 초기 운영이지만, 현장 반응과 기술 안정성에 따라 다른 지점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 전체 고용의 8% 수준이다. 이 가운데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 사회적 소통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직무가 우선 타겟이 된다. 계산원, 패스트푸드 조립 인력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자동화의 본질은 인간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세탁기가 빨래판을 대체했을 때, 사람들은 그 변화에 저항하지 않았다. 반복적인 조립 업무는 로봇이, 고객과의 접점은 인간이 담당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버거봇은 그 전환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
다만 이번 버거봇(BurgerBots)의 핵심은 맛이 아니다. 오차 없는 노동, 정해진 수율, 줄어든 인건비다. 고객이 원하는 맛과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이 점이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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