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유해성, 얼마나 심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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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는 최근 수년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보급돼 실습 중심 교육의 핵심 장비로 자리잡았다. 과학, 기술가정, 미술 등 다양한 교과 수업에서 활용되며, 창의력 향상과 메이커교육을 위한 도구로 적극 권장되고 있다. 정부 역시 2020년부터 수천 개 학교에 장비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이 기술의 보급과 활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장비에서 방출되는 초미세입자와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국내외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환기나 보호 조치 없이 프린터가 사용되는 학교 환경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유해물질에 장기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년에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공식 보고됐다.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에 재직 중이던 교사 3명이 각각 유잉육종, 악성 말초신경초종, 분화형 지방육종 등 희귀한 형태의 암 진단을 받았으며, 이들은 모두 FDM 방식의 3D 프린터를 수년간 반복적으로 수업에 활용해왔다. 장비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실내 공간에서 사용됐고, 세 명 모두 공통적으로 다른 발암 요인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해당 사례를 조사한 연구진은 "환경적 발암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작업환경이 직업성 암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FDM 방식의 3D 프린터 작동 장면. 고온 노즐에서 초미세입자와 VOC가 방출된다.
FDM 방식의 3D 프린터는 ABS·HIPS·나일론 필라멘트를 고온에서 가열하는 과정에서 초미세입자(UFPs)와 포름알데히드, 스티렌 등 발암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방출한다. 일부 필라멘트는 PLA보다 최대 10배 이상의 입자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린터에서 방출되는 초미세입자와 발암물질
3D 프린터, 특히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은 필라멘트를 고온으로 녹여 적층하는 과정에서 초미세입자(UFPs, Ultrafine Particles)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Volatile Organic Compounds)을 대기 중에 방출한다. 초미세입자는 지름이 100나노미터 이하로, 일반적인 호흡 과정에서 폐포 깊숙이 침투할 수 있으며, 일부 VOC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군 또는 2A군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미국 Chemical Insights Research Institute(CIRI)의 연구에 따르면, ABS, HIPS, 나일론 필라멘트를 사용하는 FDM 프린터는 시간당 10⁹~10¹¹개의 초미세입자를 방출하며, VOC 배출량은 최대 1.0mg/h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스티렌(styrene),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등 독성과 발암성이 높은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 특히 ABS 필라멘트는 PLA보다 최대 10배 이상 많은 입자를 배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물질은 공기 중에서 쉽게 흡입되며, 인체 내에서는 염증 반응, 산화 스트레스 증가, DNA 손상 및 세포 사멸 등을 유발할 수 있다. 2024년 한 세포 기반 실험에서는 ABS 기반 프린터에서 발생한 입자에 노출된 인체 폐세포주(A549)의 생존율이 49.5%로 감소했으며, DNA 파괴 및 산화적 손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프린터의 노즐 온도와 출력 환경에 따라 입자 방출량은 크게 달라지며, 노즐 온도가 높을수록 초미세입자 방출량은 급격히 증가한다는 국내 실험 결과도 있다. 개방형 장비를 환기 시설 없이 사용할 경우, 실내 입자 농도는 WHO 권고 기준치를 단시간에 초과할 수 있다.
이러한 유해물질은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성장기에는 폐포 표면적이 확장되는 시기로, 동일 농도의 입자에 노출될 경우 성인보다 최대 5배 높은 침착률을 보일 수 있다. 해외 연구에서도 장기간 노출 시 호흡기 질환, 면역 기능 저하, 암 발생 가능성이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필터나 차폐 장치 없이 작동되는 프린터는 고온에서 다량의 유해물질을 방출하며, 밀폐된 실내에서는 WHO 기준치를 초과하는 농도로 초미세입자가 축적될 수 있다.
5천 개교 이상 보급…학교 현장은 사실상 무방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2020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약 5,000대 이상의 3D 프린터를 보급했다. 창의융합교육 확대와 메이커교육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술가정·과학·미술·소프트웨어 교과 수업에 도입되었다.
하지만 다수의 학교에서는 해당 장비를 일반 교실이나 실습실 내에 별도 환기 시설 없이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장비 작동 중 발생하는 초미세입자나 휘발성 물질에 대한 실내 공기질 측정은 이뤄지지 않으며, 교사나 학생에게도 보호 장비 착용이나 유해성 안내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교육청별 사용 지침은 지역 간 편차가 크고, 많은 학교는 제조사 매뉴얼 외에는 별도의 안전 기준을 갖추지 않은 상황이다.
유해성이 알려진 이후 일부 교육청은 ABS 필라멘트 사용 자제 권고를 내렸고, PLA나 PETG 등 대체 소재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기존 장비는 ABS 전용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 대체 소재 사용 시 출력 품질 저하나 노즐 막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까지도 ABS 사용을 중단하지 못한 학교가 존재하며, 필라멘트 사용에 대한 강제 기준은 없는 상태다.
ABS는 2010년대 중반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던 프린터 소재 중 하나였으며, 내열성과 기계적 강도가 높아 교육용 프린터에도 기본적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유해물질 방출 문제가 제기된 이후로는 교육용 환경에서는 구형 소재로 간주되며, 국제적으로도 저독성 소재로의 전환이 권장되는 추세다.
기술적 개선 시도와 현실적 한계
3D 프린터의 유해성 문제가 알려진 이후, 정부는 안전 강화를 위한 제도적 조치를 일부 시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D 프린터 안전이용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밀폐형 구조, HEPA 필터 및 활성탄 필터 장착, 환기 설비 마련, 보호구 착용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일부 신규 보급 장비에는 이러한 기준이 반영되고 있으며, 교육청 단위로도 사용수칙 배포 및 주의사항 안내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실상은 이와 다르다. 기존 개방형 장비는 여전히 다수의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필터가 장착된 기기라 하더라도 정기적인 유지 관리나 실내 공기질 측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보호구 착용이나 환기 조건에 대한 안전 수칙은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학교별 이행 편차가 크고 점검 체계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처럼 제도적 보완과 기술적 개선 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운영 환경에서는 여전히 유해 물질에 대한 노출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며, 특히 학생과 교사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교실 환경에서는 실질적 안전 확보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아동·청소년은 더 큰 생리학적 위험에 노출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은 성인보다 폐 침착률이 높고, 면역 체계가 미성숙해 동일한 농도의 유해 물질에 노출되더라도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연구에서는 어린이의 초미세입자 폐 침착률이 성인 대비 최대 5배까지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3D 프린터 수업은 통상 30분 이상 진행되며, 학생들은 장비 가까이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구조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환경에서 국소배기장치 설치, 환기 기준 충족, 노출 한계 관리가 법적으로 요구되지만, 학교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관련 규제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학생들은 3D 프린터로 유물 모형, 인체 구조, 구조물, 생활용품, 예술 소품 등을 직접 설계·출력하며 실습 중심의 수업에 참여한다.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된 기술
산업계에서는 3D 프린터 사용 시 HEPA 필터, 활성탄 필터, 환기 시스템, 보호구 착용 등이 기본 요구사항으로 적용되고 있다. 반면 교육 현장에는 유해물질 고지 의무, 공기질 점검 절차, 안전 교육 체계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3D 프린터가 '교육용'이라는 이유로 위험성이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반복 노출이 장기적으로 누적될 경우 산업 현장보다 더 큰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3D 프린터 사용 시 HEPA 필터, 활성탄 필터, 환기 시스템, 보호구 착용 등이 기본 요구사항으로 적용되고 있다. 반면 교육 현장에는 유해물질 고지 의무, 공기질 점검 절차, 안전 교육 체계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3D 프린터가 '교육용'이라는 이유로 위험성이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반복 노출이 장기적으로 누적될 경우 산업 현장보다 더 큰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향후 발생하는 건강 피해는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예고된 결과가 된다. 필요한 것은 제도화된 기준과 책임 구조다. 반복 노출이 구조화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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