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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티라노사우루스가 깃털을 가졌다?
근래의 다양한 고생물학적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수각류 공룡과 새의 관계가 굉장히 밀접한 수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에게 과연 깃털이 있었을까?
티라노사우루스는 코일루로사우리아 계통의 수각류 공룡 중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거대한 종으로, 단연 특이한 진화가 이루어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외형상에서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면, 깃털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코일루로사우리아의 공룡들 대부분이 가지는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깃털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은 공룡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합리적인 의심으로 티라노사우루스에게도 깃털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원시적인 티라노사우루스 계통의 육식 공룡들 사이에서는 깃털의 흔적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다. 2004년에 중국에서 보고된 딜롱Dilong의 경우, 꼬리와 턱 부근에 남은 피부 흔적 화석을 통해서 티라노사우루스 계통의 공룡들 사이에서도 깃털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딜롱이 살았던 시기는 약 1억 2500만 년 전 백악기 전기로, 티라노사우루스와 적어도 5900만 년의 시간 차이가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속담이 있듯, 딜롱과 티라노사우루스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외형적 차이가 벌어지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딜롱의 발견 이후, 티라노사우루스에게 깃털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은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중 흥미로운 주장은 티라노사우루스는 어렸을 때 편리한 체온 조절을 위해 깃털을 달고 있다가, 크면서 깃털이 빠지는 방향으로 성장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재미난 점이 있다면, 소설 『쥬라기 공원』에서 이러한 주장을 토대로 깃털로 치장한 새끼 티라노사우루스가 묘사되는데, 이 모습은 아쉽게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 작업을 거치면서 깃털의 모습은 고려되지 않아 영화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2012년 상반기에 고생물학계에 혁신적인 보고가 이루어진다. 바로 유티라누스Yutyrannus의 발견이었다. 유티라누스는 약 1억 2400만 년 전 백악기 전기 중국에 살았던 육식 공룡으로, 길이는 9미터에 이르던 거대한 육식 공룡이었다. 게다가 이런 큰 덩치에 유티라누스는 목부터 꼬리까지 약 15㎝ 길이의 깃털들로 치장하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유티라누스가 살았던 당시 백악기 중국의 평균 기온은 약 10℃ 정도로 서늘했기 때문에 그러한 외형을 갖추었겠지만, 마을 버스만한 공룡에게 이렇게 복슬복슬한 깃털이 있었다는 발견은 작은 공룡들에게만 깃털이 있었다는 편견을 타파해준 혁신적인 보고였다. 또한 유티라누스의 등장으로 인해 백악기 후기에 등장한 대형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들에게도 깃털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호기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시점을 거점으로 고생물을 그리는 많은 사람들이 티라노사우루스에게 깃털을 붙여 그렸고 이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필자 역시 티라노사우루스에 깃털을 붙여 그리고는 했다.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에게 깃털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였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이와 관련된 다른 연구 결과가 등장한다.
2017년, 앨버타대학교의 고생물학자 스콧 퍼슨스가 티라노사우루스 계통의 수각류 공룡들의 화석들을 연구해본 결과, 깃털이 아예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연구 결과를 알렸다. 그런데 왜 연구자들은 하필 ‘아예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라는 애매한 결과를 알린 것일까?
사실 이는 화석이 가지는 단점 때문일 수도 있다. 피부 흔적 화석은 전체 몸의 형태가 아닌, 아주 극히 일부분의 부위만 남겨지는 경우가 많아서, 만약 어떤 피부 흔적 화석을 발견한다고 해도 그 화석을 통해서 어느 동물의 피부 전체가 어땠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티라노사우루스가 온몸에 깃털을 치장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당장에 현재 살아가고 있는 대형 육상 동물인 코뿔소나 코끼리도 포유류지만 체내의 온도 때문에 몸에 털이 없는 수준이다. 트럭이나 작은 버스만한 동물들도 체온 조절을 위해 털을 최소화하는 마당에, 이런 동물들보다 훨씬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라고 크게 다른 경우가 있었을까 싶은 것이다. 즉 티라노사우루스가 깃털을 가졌을 것이라는 가정이 들어간다고 해도, 등 쪽으로만 해서 아주 적게 나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깃털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물론, 과학에서 항상 ‘완벽’을 추구하기에는 어렵다. 특히 고생물학이나 지질학처럼 표본이나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가 화석으로만 나오거나 법칙이 아닌 이론만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학문일 경우 답을 얻어내기가 매우 까다로운 학문이다. 그래도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부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이 후에 다른 연구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고생물학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며 우리의 머릿속에는 이미 깃털을 가진 공룡의 모습이 익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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