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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들송의 고향은 알프스지만, 진짜 요들링 고수는 따로 있다. 사람이 아니라, 남미 열대우림에 사는 원숭이들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인간보다 훨씬 넓은 음역대를 오가며 ‘음성 단절’이라 불리는 발성 기법을 활용해, 요들링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실제로 원숭이들은 인간보다 세 배 이상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소리를 낼 수 있으며, 이 급격한 음역 전환은 요들송을 부르는 요들러를 연상시킨다.
원숭이 목소리에 숨겨진 요들링의 원리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교와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원숭이의 울음소리를 정밀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는 생물학 학술지인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렸다.
사람의 목소리는 성대를 통해 만들어지지만, 원숭이에게는 성대 위에 있는 아주 얇은 조직, ‘성대막(vocal membrane)’이 하나 더 있다. 이 구조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으로, 대신 우리는 더 안정적인 발성과 언어 능력을 얻게 됐다.
그러나 원숭이들은 이 얇은 막을 이용해 인간은 낼 수 없는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번 연구는 원숭이들이 소리를 낼 때 성대와 성대막을 빠르게 오가며 발성하고, 이 과정에서 ‘음성 단절(voice break)’이라는 급격한 주파수 변화가 발생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런 발성 방식은 알프스 지역의 요들링, 혹은 타잔의 외침처럼 음 높이가 급격히 바뀌는 소리와 유사하다.

검은색과 금색 털을 가진 울음원숭이(Alouatta caraya). [사진=Jacob Dunn, Anglia Ruskin University]
원숭이 울음, 인간보다 세 배 넓은 음역대
연구팀은 볼리비아의 야생동물 보호구역 ‘라 센다 베르데’에서 여러 종의 신세계 원숭이 울음소리를 녹음하고, CT 스캔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함께 활용해 분석을 진행했다. 관찰 대상에는 검은금빛울새원숭이, 투프트카푸친, 검은머리 다람쥐원숭이, 페루 거미원숭이 등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이들 원숭이는 현존하는 영장류 중 가장 큰 성대막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발성을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종은 사람의 음역대를 훨씬 뛰어넘는 세 옥타브 이상의 음역대를 활용할 수 있었고, 주파수 변화 폭 역시 인간보다 최대 다섯 배에 달했다.

검은머리 다람쥐원숭이(Saimiri boliviensis). [사진=Dr. Jacob Dunn, Anglia Ruskin University]
이처럼 극적인 발성 방식은 단순한 생리적 특성이 아니라, 개체 식별, 주의 끌기, 감정 표현 등 복잡한 사회적 소통을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원숭이들의 사회 구조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왜 이 능력을 잃었을까
이번 연구는 영장류 음성 진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공저자인 빈 대학교 테컴시 피치 교수는 “성대막은 원숭이의 음성 범위를 확장시켜주지만, 동시에 목소리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인간은 성대막을 없애고 더 안정적인 발성과 음정 제어 능력을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루 거미원숭이(Ateles chamek)[사진=Dr. Jacob Dunn, Anglia Ruskin University]
주저자인 크리스티안 헤르프스트 박사 역시 “이런 복잡한 발성은 뇌의 정교한 제어 없이도, 후두 구조만으로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며, 해부학적 구조 자체가 소리를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과 오스트리아 외에도 일본(오사카대학교, 리츠메이칸대학교), 스웨덴(KTH 왕립공과대학), 그리고 볼리비아의 현지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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