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이언스 웨이브(Science Wave)는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최신 과학뉴스와 쉽고 재미있는 과학상식을 전달합니다.
sciencewave.kr
OpenAI가 최근 도입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 필터’가 빠르게 대중적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능이 무료 사용자에게 개방된 이후, 단 1시간 만에 100만 명 이상이 신규 가입했다. 이는 초기 ChatGPT가 백만 명에 도달하는 데 5일이 걸렸던 기록을 크게 앞당긴 수치다.
지브리 ai 필터는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색감, 구도, 표정 처리 등을 자동화해 사용자의 얼굴을 친숙한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변환한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사용자 스스로가 향수와 이상화가 결합된 이미지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중적 매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술적 성취는 동시에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노출시킨다.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 창작자의 고유한 미학이 자동화에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사용자 얼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 등 기술 윤리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지브리 ai 필터가 인기 있는 이유는 단연 지브리 특유의 그림체가 대중에게 정서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지브리는 조용한 내면성과 중립적인 미감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이는 현실의 복잡함에서 벗어난 이상적 자아 투영을 가능하게 한다.
지브리 필터, 'AI는 모방하며 훔친다'-창작자 권리 침해
AI 이미지 생성기는 수많은 예술 작품을 학습하여 작동한다. 문제는 이 학습의 대부분이 작가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Stable Diffusion, Midjourney 같은 대표적인 생성형 AI는 공개된 웹 이미지를 무차별적으로 크롤링해 학습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개인 창작자들의 작품도 포함된다.
2023년, Getty Images는 Stability 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은 AI가 창작자의 허락 없이 작품을 수집하고, 이를 상업적 모델 훈련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지브리 ai 필터를 이용해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변환한 모습. [사진=백진희 SNS]
지브리 필터도 같은 맥락에 있다. 특정 작가와 스튜디오의 고유한 화풍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창작 지식과 미적 감각의 총체다. 그러나 AI는 이를 무단 수집·모방해 몇 초 만에 ‘지브리풍’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사용자는 좋다고 공유하지만, 그 결과는 창작자의 저작권과 고유성이 상품처럼 탈취되는 구조로 이어진다. AI는 창작을 모방하는 동시에, 그 모방으로 원창작자의 경제적 기회를 박탈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창립자이자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AI 예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2019년 지브리 내부에서 촬영된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AI가 그린 결과물은 실제 작업하며 만드는 사람의 고통을 전혀 모른다. 완전히 역겹다”며, “이건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작품에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발언은 지브리 필터가 확산되는 현재, AI 이미지가 작가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창작물을 가공하는 방식에 대한 윤리적 비판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지브리 스타일은 섬세한 자연 묘사, 절제된 감정 표현, 이상화된 인물상으로 특징지어진다. 손으로 그린 듯한 따뜻한 질감과 아날로그적 감성이 결합돼, 사용자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단순한 이미지 변환을 넘어, 자기 재현과 감정적 위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사진=지브리 스튜디오]
또한, AI는 지브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원피스’, ‘짱구’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고유한 화풍도 무단으로 가져다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피스 TV판 연출을 맡았던 이시타니 메구미는 2025년 4월 1일 개인 SNS를 통해 강하게 항의하며 “지브리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법적 조치를 취하고 싶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싸구려 취급받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얼굴은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침해의 구조적 위협
AI 필터는 사용자의 얼굴 데이터를 서버에 업로드해 스타일화된 이미지를 생성한다. 하지만 많은 앱은 사용자에게 얼굴 데이터가 저장되는 방식, 기간, 활용 목적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는다. 실제로 2022년 말 유행했던 앱 Lensa AI는 이용자 사진을 학습용 데이터로 활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얼굴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생체 인식 기술의 핵심 데이터다. 지문, 홍채처럼 비가역적(돌이킬 수 없는) 정보다. 유출되거나 악용될 경우, 사생활 침해를 넘어 디지털 사기나 감시 시스템의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과 결합될 경우, 악의적인 합성 콘텐츠 생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적 위협이 된다.
문제는 이런 기술이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얼굴을 제공하게끔 유도한다는 점이다. 귀엽고 감성적인 지브리 이미지가 돌아다니는 동안, 사용자들은 자신의 얼굴과 표현 데이터를 방비 없이 넘겨주고 있는 셈이다.
예술가는 단지 이미지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다. 수년간 쌓아 온 기술, 미적 감각, 스타일은 그들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그런데 AI가 이 스타일을 복제하고 재조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더 잘 그렸다'는 평가를 받을 때, 예술가는 직업적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다. 창작의 고유성과 인간 노동의 가치가 무임승차한 알고리즘에 의해 평가절하되고 있다.
원숭이, 알고 보면 세계 최고의 요들러···인간 3배 음역대 자랑
Home -사이언스 웨이브(Science Wave)는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최신 과학뉴스와 쉽고 재미있는 과학상식을 전달합니다.sciencewave.kr 요들송의 고향은 알프스지만, 진짜 요들링 고수는 따
sciencewave.tistory.com
'과학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Artemis II, 우주탐사 임무 본격 수행한다 (0) | 2025.04.14 |
---|---|
오로라 관측, 민간 우주비행사 4명이 극지 궤도에서 기록한 첫 실험 (0) | 2025.04.14 |
원숭이, 알고 보면 세계 최고의 요들러···인간 3배 음역대 자랑 (1) | 2025.04.14 |
화성 방사선도 버틴 생명체···극한 내성 지의류의 저력 (0) | 2025.04.14 |
원자력연, 방사성폐기물 포장 간소화 기술 국내 첫 승인 (0) | 2025.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