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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그-페르시아고양이 닮은 꼴, 가축화가 낳은 극단적 수렴진화

과학 상식

퍼그-페르시아고양이 닮은 꼴, 가축화가 낳은 극단적 수렴진화

sciencewave 2025. 5. 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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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는 짧고 납작한 얼굴, 큰 눈, 뭉툭한 주둥이라는 외형적 특징으로 잘 알려진 반려동물이다. 이들은 각각 늑대와 야생고양이를 조상으로 두고, 오랜 시간 독립적인 진화 경로를 걸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품종은 가축화 과정에서 놀랍도록 유사한 두개골 구조를 갖게 됐다. 미국 코넬대학교와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가 단순히 외형적으로 닮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적 번식이 두 종 모두에 강한 형태적 압력을 가해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를 일으켰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가축화와 선택 압력이 진화 방향을 바꾸다

연구팀은 고양잇과와 갯과를 포함한 육식목(Carnivora) 동물 1,810개 두개골을 3D 스캔해, 47개의 형태적 특징을 정밀 분석했다.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는 각각 다른 조상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종 내의 다른 품종이나 본래 조상들보다 서로 더 비슷한 두개골 형태를 공유하고 있었다.

 

 

 

얼굴이 납작한 단두형(brachycephalic) 품종인 퍼그(B, D)와 페르시아고양이(F, H)의 얼굴과 두개골 구조. 이들의 조상인 늑대(A, C)와 야생고양이(E, G)는 본래 두개골 형태가 매우 다르지만, 가축화와 선택적 번식 과정을 거치며 두 종 모두 짧고 넓은 두개골 형태로 수렴했다. [사진=PNAS / Abby Grace Drake et al.]

 

 

 

단두형(brachycephalic) 품종인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 [사진=Science Wave]

 

 

이는 가축화와 인위적 번식 선택이 자연 선택을 넘어, 서로 다른 혈통의 동물에서도 극단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 모두에서 짧고 납작한 얼굴이라는 공통 특성이 선택되어, 수백만 년에 걸쳐야 할 진화적 변화를 수백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수렴진화는 일반적으로 무관한 종들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유사한 형질을 획득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자연환경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번식 선택 압력에 의해 수렴진화가 촉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단두형 품종, 치명적 건강 문제

단두형(brachycephalic) 품종은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끌지만, 그 대가는 적지 않다.

연구를 이끈 애비 그레이스 드레이크 박사는 "가축화는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 모두에서 형태적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동시에 건강상의 심각한 문제를 동반했다"고 지적했다.

단두형 품종은 얼굴 구조의 변형으로 다양한 생리적 장애를 겪는다.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 모두에서 좁아진 기도와 비강 구조로 인한 호흡 곤란이 흔하며, 음식 삼킴과 소화 과정에서도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출산 역시 어려워 자연분만이 힘들고 제왕절개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눈이 튀어나온 구조로 인해 외상과 궤양, 실명 위험이 증가하며, 체온 조절이 어려워 열사병에 취약해지는 문제도 보고됐다.

 

또한 연구팀은 개 품종의 두개골 형태 다양성이 전체 육식목(Carnivora) 동물군, 즉 늑대, 여우, 사자, 곰 등 다양한 야생 육식동물들이 수천만 년에 걸쳐 진화시킨 형태적 다양성보다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가축화와 인위적 선택이 자연 진화의 시간적 규모를 넘어서는 속도와 강도로 형태 변이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인위적 개입이 생물학적 다양성을 어떻게 극단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고양이, 개, 늑대, 야생고양이 등 육식목(Carnivora) 동물들의 두개골 3D 형태 분포. 가축화된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는 극단적으로 짧고 납작한 얼굴을 가지며, 두개골 구조가 서로 매우 비슷한 위치(그래프 왼쪽 상단)에 나타난다. [자료=PNAS / Abby Grace Drake et al.]

 

 

가축화가 바꾼 진화 경로

연구진은 "우리는 자연 상태라면 수백만 년 걸릴 변화를 몇백 년 만에 이끌어냈다"며 "그러나 그 과정이 가져온 결과는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자연 상태라면 수백만 년 걸릴 변화를 몇백 년 만에 이끌어냈다"며 "그러나 그 과정이 가져온 결과는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가축화와 인위적 선택이 동물의 형태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퍼그와 페르시아고양이는 각각 다른 조상에서 출발했지만, 인간이 선호한 외형적 특성에 따라 극단적으로 유사한 두개골 구조를 갖게 됐다. 자연 선택과는 다른 경로를 통해, 인간 개입이 진화적 결과를 빠르고 강하게 바꿀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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