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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마두라 해협 해저에서 호모 에렉투스 두개골 조각 발견
- 사냥 흔적···문화적 교류 또는 유전적 접촉 가능성
지금은 바다 밑에 잠긴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고대 인류 호모 에렉투스의 유해와 사냥 흔적이 최초로 확인됐다. 이 발견은 동남아시아가 단순한 고립지가 아니라, 인류 확산과 생존 전략 변화의 핵심 무대였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지금의 동남아시아는 수많은 섬들로 나뉘어 있지만, 약 14만 년 전 빙하기 동안 이 지역은 전혀 다른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당시 지구 평균기온이 낮아지면서 극지방에 얼음이 급격히 축적되었고, 그 결과 전 지구적 해수면이 지금보다 약 100미터 낮아졌다. 이로 인해 동남아시아 대륙붕이 육지로 드러났고, 자바·수마트라·보르네오·말레이반도는 하나의 거대한 저지대 ‘순다랜드’를 형성했다.
순다랜드는 강과 초원이 어우러진 생태적으로 풍부한 환경으로, 대형 포유류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최근 인도네시아 마두라 해협 해저에서 이루어진 발굴은 바로 이 잊힌 육지에 대한 최초의 고고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이 해저 퇴적층에서 호모 에렉투스의 두개골 조각과 함께 36종의 동물 화석을 발굴했다.
이들 중 일부에는 뼈를 도구로 자른 절단 자국과 골수 추출 흔적이 남아 있어, 당시 인간이 적극적으로 사냥하고 자원을 가공해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해저에서 발견된 이 유적은, 순다랜드가 인류의 실제 생활공간이었음을 명확히 입증한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쿼터너리 인바이런먼트 앤드 휴먼스(Quaternary Environments and Humans)에 게재됐다.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약 20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까지 유라시아 전역에 분포했던 초기 인류 종으로, 도구 사용과 불의 활용, 집단 생활을 영위했던 존재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이들의 화석이 해저에서 직접 발견된 첫 사례로, 14만 년 전 순다랜드 지역이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닌 실제 정착과 사냥이 이루어진 생존 공간이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이 발굴이 동남아시아 인류 진화사 재구성의 핵심 단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사진=Quaternary Environments and Humans (2025). DOI: 10.1016/j.qeh.2024.100042]
도구 사용과 사냥 전략, 다른 인류와 교류 가능성
자바섬은 오랜 기간 호모 에렉투스 화석이 집중적으로 발견되어 온 지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해석은 이들이 섬 안에서 오랫동안 변화 없이 고립된 채 생활했을 것이라는 가설에 기초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해저 발굴에서 확인된 사냥 흔적과 도구 사용 양상은, 그러한 해석에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 이미지는 약 14만 년 전 초원을 배경으로, 호모 에렉투스로 추정되는 원시 인류 집단의 생활 모습을 재현한 장면이다. 인물들은 동물 가죽을 입고 도구를 사용하며, 채집과 사냥 등 역할을 나눠 활동하고 있다. 강가와 연기, 열린 지형은 당시 환경과 생존 전략을 함께 보여준다. 이 장면은 호모 에렉투스가 집단생활과 자원 활용을 통해 환경에 적응했던 인류였음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호모 에렉투스는 건강한 대형 동물을 사냥하고, 조직적으로 식량을 확보했으며, 식자원을 효율적으로 가공해 사용했다. 이 같은 행동 양식은 같은 시기 아시아 대륙의 보다 진보된 인류 집단에서 나타나는 패턴과 유사하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기술과 지식의 전파, 나아가 유전적 교류까지 고려할 수 있는 정황이다. 이번 발견은 호모 에렉투스를 폐쇄된 집단이 아닌, 환경 변화와 타 집단의 영향을 수용하며 생존 전략을 발전시킨 유연한 존재로 재정의한다. 이로써 고립 진화라는 기존 서술을 넘어, 상호 연결된 인류 진화의 동남아시아 사례가 처음으로 실증된 것이다.
한편 2025년에도 인류 진화와 관련된 중요한 발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동굴에서는 약 110만~140만 년 전 인류의 얼굴뼈 화석이 발견돼 유럽 내 인류 정착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증거로 주목받았고, 대만 펑후 해협에서는 데니소바인의 하악골이 확인되며 이들의 동아시아 확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화룡동에서는 고대와 현대 인류의 특징을 모두 지닌 혼합형 화석이 출토돼 새로운 종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고, 남아프리카 스와르트크란스 동굴에서는 직립 보행의 증거를 가진 파란트로푸스 로부스투스 골격이 발견돼 다양한 인류의 생존 방식과 진화 전략에 대한 해석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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