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원설

SCIENCE WAVE

 

 

우주기원설

 

 

190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웨덴의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우주로부터 미생물이 지구에 유입되었다는 지구 생명의 우주기원설을 주장하였다. 그는 ‘보편적으로 널리 존재하는 씨앗들’이라는 의미에서 이를 범종설(汎種說, panspermia)이라고 명명하였다.

 

 

스반테 아우구스트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

 

 

프랜시스 크릭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진화한 포자(spore)가 떨어져 지구의 생명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274 1962년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은 정향(定向) 범종설을 내놓았다. 높은 수준의 지적능력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생명의 씨앗인 미생물을 지구로 보냈고 그것이 진화를 거듭해 지구 생물계가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듯이 지구를 탈출하거나 생명이 살 수 있는 외계 행성을 생명체를 가지고 방문할 경우 그 행성에서 생명 현상이 시작되도록 할 수도 있다. 40억 년 전 지구에서처럼 말이다. 지구에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법은 없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다. 과학의 역사를 보면 상상이 실제로 입증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40억 년 전 어느 날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우주를 떠돌던 미생물이 지구에 착륙했다. 그리고 지구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하였다. 하지만 프랜시스 크릭 자신도 이러한 주장이 “과학소설” 같다는 데 동의한다.

 

여러 해 동안 프레드 호일(Fred Hoyle)과 찬드라 위클라마싱(Chandra Wickramasinghe)도 지구에서 온 생명의 씨가 지구의 생명의 기원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은 범종설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포자가설(Panspermia Hypothesi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간우주에 화학 진화가 발생했고 어떤 간단한 생명체는 일정한 기간 동안의 우주여행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주에는 에너지와 원재료가 부족하여 화학 진화가 아주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므로, 생명 자체가 우주에서 기원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생명에 필수적인 많은 화학 반응은 액체 상태의 물을 필요로 하는데, 액체 상태의 물은 우주에서는 발견될 수 없다.

 

우주에서 생명의 기원을 찾는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2016년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와 캘리포니아 공대, 하버드대 공동연구팀은 우리 은하 중심 부근에 있는 궁수자리 B2 지역의 성간 물질에서 키랄성(chiral) 분자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지구상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광학 이성질체이다. 광학 이성질체란 왼손과 오른손처럼 모양은 비슷하지만 거울에 비췄을 때만 모양이 똑같아지는 물질을 말한다. 서로 겹칠 수 없는 이런 거울상의 관계를 Chiral이라 하며 이런 성질을 가진 분자를 키랄성 화합물(chiral compound)이라 한다. 생명과학자들이 아미노산의 이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까 해서다. 궁수자리 B2 지역에서는 전에도 유기물 분자들이 발견돼 생명체 구성 물질이 존재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이번에 발견한 것은 생명체와는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물질이지만 우주에서 광학 이성질체가 발견되기는 처음이고, 이런 사실은 그동안 생명의 기원으로 제기되어 온 운석 운반설 등을 검증하는 연구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참고문헌

274) 제임스 E. 매클렌란 III·해럴드 도른, 전대호 번역,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서울: 모티브북, 2008): p. 536.

275) David Christian, Maps of Time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1): p.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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