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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캐나다 남부까지 왕복 4,500km를 봄부터 가을 사이에 철새처럼 여행하는 너무나 유명한 모나크나비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 곤충학자들은 흔하게 보는 작은멋장이나비도 장거리를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대륙에 널리 자라는 밀크위드(milkweed, Asclepias incarnata)라 불리는 다년초 꽃식물은 아름다워 정원에서 키우기도 한다. 키가 1-1.5m 정도로 자라는 이 식물은 습기를 좋아하며, 잎이나 줄기에 상처를 입으면 그 자리에 하얀 유액이 분비되어 상처를 보호한다. 이 유액 때문에 milkweed(유초乳草)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유액에는 카드놀라이드(cardenolide)라는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밀크위드는 흰 꽃을 피우지만, 정원용으로 개량된 예쁜 품종이 여러 가지 있다. 협죽도과(Aselspias)에 속하며, 우리나라에는 밀크위드가 살지 않는다.
미국에서 밀크위드를 가꾸기 좋아하는 다른 이유 하나는, 계절만 되면 모나크나비(monarch butterfly, Danus plexippus)라 불리는 화려하게 아름다운 나비가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monarch는 왕, 군주(君主)를 뜻한다.
모나크나비는 밀크위드에 꼭 산란한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이 식물의 잎을 갉아 먹으며 번데기로 되었다가,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모나크나비로 변한다. 밀크위드의 독성분은 인체의 심장에 충격을 주는 스테로이드 계통의 독소이다. 그러나 모나크나비와 일부 동물은 이 독소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문적인 내용이다.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의 삶
밀크위드를 갉아먹으며 어른이 된 모나크나비는 같은 자리에 살지 않고, 곧 그곳을 떠나 계절에 따라 북쪽이나 남쪽으로 이동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던 모나크나비는 겨울이 되면 중앙 멕시코의 숲까지 날아가 그곳에서 추위를 피한다. 그러다가 봄이 오면 다시 엄청난 수가 무리를 지어 마치 철새처럼 북쪽으로 이동하여 캐나다 남부까지 날아간다.
이동이 시작되면, 멕시코에서 플로리다를 지나 미국 중부와 동부를 따라 북상하는 무리도 있고, 남캘리포니아를 지나 로키산맥 서부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무리도 있다. 떼를 지어 멕시코에서 미국 대륙으로 장거리를 날아온 모나크나비들은 도중에 밀크위드를 만나면 알을 낳는다. 그 알이 깨어나 어른 나비가 되면 그들은 다시 북쪽으로 날아간다. 최종 목적지인 미국 북부 또는 캐나다 남부까지 가는 동안 2-3 세대가 교체된다. 이렇게 이동하며 살던 그들은 추운 계절이 가까워지면 왔던 길을 되돌아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나비의 천적은 새와 쥐 등이다. 천적들은 성충만 아니라 애벌레도 잡아먹는다. 그러나 천적들은 모나크나비를 함부로 사냥하지 않는다. 애벌레 때 먹는 밀크위드 속의 독물질 카드놀라이드 성분이 독이 되기 때문이다. 모나크나비가 밀크위드를 골라먹는 흥미로운 ‘자연의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모나크나비는 왜 카드놀라이드에 대해 안전할까? 모나크나비에게는 이 독성분을 해독하는 특수한 효소가 있다.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의 기간은 기후와 먹이 등의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난다. 어른 나비의 수명은 환경에 따라 2-5주일 정도이다.
모나크나비는 암수의 모양에 약간 차이가 있으며, 수컷이 약간 크다(위 사진). 어른 나비의 날개폭은 8.9-10.2cm이다. 날개의 맥(脈)과 가장자리 무늬는 검은색이고 맥 사이는 오랜지색이다. 모나크나비의 애벌레는 밀크위드만 먹고 살지만, 어른 나비들은 온갖 꽃의 꿀을 먹으며 수분(受粉)에 도움을 준다.
암컷은 밀크위드 잎 뒷면에다 직경 1mm 정도(무게 0.5mg)의 알을 1개씩 낳아 접착제로 붙여둔다. 그들은 이런 방법으로 2-5주일 동안에 대개 300-500개를 산란한다. 알은 3-8일 후 애벌레가 되어 밀크위드 잎을 먹으며 자란다. 성충이 되기까지 5차례 탈피를 하는데 번데기가 되기 직전의 애벌레 크기는 약 2.5-4.5cm이다.
모나크나비의 번데기 모습이다. 길이는 약 2.5cm, 폭은 10-12mm 정도이다. 번데기 속에서 12-16시간 지내면 검은색과 오랜지색 무늬의 날개를 가진 성충이 되어 나온다.
모나크나비 번데기는 2009년에 우주정거장까지 실려가 그곳에서 성공적으로 어미가 되어 우주비행을 하며 지내다가 돌아온 실험도 있었다. 생리학자들은 모나크나비의 시각기관, 페로몬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모나크나비는 멕시코 중부 숲에서 겨울을 지낸다. 그러나 주변 다른 지역에서도 일부 월동하는 무리들이 발견된다. 사진은 남캘리포니아 Pismo State Beach에서 월동하는 무리이다.
모나크나비는 원래 북아메리카 대륙에만 살았으나 1800년대 이후 지도에 노란색으로 표시한 열대지방에도 전파되었다. 이곳에서는 이동하지 않는다.
이동하던 모나크나비가 소나무에서 쉬고 있다. 그들의 비행속도는 시속 9km 정도이다. 미국 동부 쪽을 이동하는 나비들은 서부 쪽을 날아가는 나비들보다 더 먼 거리를 비행하게 된다.
항공우편으로 특송한 모나크나비
10월 말부터 11월 초가 되면, 미국의 신문방송에서는 미국 북부에서 멕시코까지 최장 4,500km를 여행하는 모나크나비를 소개하는 뉴스가 자주 나온다. 2022년 11월 초 <USA TODAY>는 위스컨신 주의 나비애호단체(Friends of Butterfly Gardens Inc)가 늦게 부화하여 멕시코까지 날아갈 수 없는 모나크나비 12마리를 발견하여, 이들을 비행기에 실어 멕시코가 가까운 텍사스 남부까지 급송하는데 드는 항공배달료 $130를 부담했다는 소식을 소개했다.
이 단체의 대표 보잇(Jack Voight)씨는 “이 나비 12마리가 꽃이 없는 계절에 꿀도 먹지 않고 멕시코까지 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구조한 나비 12마리 중의 절반은 암나비이다. 이들은 한 마리가 400개의 알을 낳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모나크나비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멕시코 베라크루즈 주의 고산지대에 사는 오야멜전나무(oyame fir) 숲으로 날아가 그곳 나무들의 줄기와 잎에 빈자리가 안보일 정도로 붙어서 월동한다.
새로 알려지는 더 멀리 여행하는 나비
지구상에는 현재 약 18,500종의 나비가 살고 있다. 그들이 지구상에 나타난 시기는 약 2억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나비화석 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은 5,500만 년 전에 살던 것이고, 미국에서 발견된 것은 3,400만 년 전 화석이다. 그렇다면 모나크나비 역시 그 당시부터 이렇게 먼 여행을 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최근 스페인의 곤충학자 팀은 작은멋장이나비(British painted lady, Vanessa cardui)라는 나비가 아프리카 중부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 대륙 전역으로 해마다 6세대를 이어가면서 약 14,500km를 여행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날개 폭이 43-53mm인 작은멋장이나비는 네발나비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는 나비이다. 이들이 모나크나비보다 2배나 먼 거리를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 와서 알려지고 있다.
작은멋장이나비 종류도 여행하는 나비로 밝혀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약 10억 마리가 장거리를 여행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참고문헌
"The worldwide painted lady migration project". Retrieved 2019-04-24.
"Butterfly Conservation: Secrets of Painted Lady migration unveiled". BirdGuides Ltd. Retrieved 22 October 2012.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모나크나비가 지난 30년 사이에 80% 정도 감소한 것을 염려하여 보호종으로 정했다. 나비들이 줄어든 이유는 살충제 사용, 밀크위드의 감소 그리고 기후변화 때문으로 판단되고 있다. 모나크나비는 하등한 곤충이면서 어떻게 최장 4,500km나 되는 길을 그토록 연약한 날개를 퍼덕이며, 가혹한 기상을 견디며 이동할 수 있는가? 본능적으로 그들에게 목적지를 안내하는 자연의 신비는 무엇인가? 모두가 흔하게 보는 작은 멋장이나비도 모나크나비보다 더 먼거리를 여행한다는 사실이 최근에 와서 알려지고 있다. 대자연은 우주와 원자만 아니라 작은 생명체에게도 한없이 신비를 감추고 있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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