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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수마트라 섬에는 독특한 식물이 자생한다. 높이는 3미터에 달하고,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 만큼 개화 자체가 보기 드문 꽃이다. 정식 명칭은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Amorphophallus titanum)이지만, 썩은 고기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고 해서 ‘시체꽃(corpse flower)’이라는 별명 더 유명하다.
전 세계 식물원과 연구기관은 이 희귀 식물을 살아 있는 상태로 보존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와 시카고 식물원 연구팀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이러한 보존 방식이 시체꽃의 멸종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핵심은 ‘기록 부실’이다.
종자 저장 불가능, 생존 상태로만 보존 가능
시체꽃은 일반적인 식물처럼 씨앗을 말려 종자은행에 보관할 수 없다. 씨앗이 건조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식물은 살아 있는 개체를 지속적으로 재배하면서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키우는 것만으로는 보존이 아니다. 시체꽃은 개화가 매우 드물고 번식 조건이 까다로우며, 같은 종 내에서도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질병에 취약해지고 생존력이 약해진다. 따라서 각 개체의 유래, 교배 이력, 유전자 정보 등을 정확히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를 이끈 올리비아 머렐은 실제로 여러 식물원을 방문해 시체꽃의 꽃가루를 채집하며 유전 정보를 분석했다. 식물원이 보유한 살아 있는 개체에서 직접 꽃가루를 수집한 사례는 이번 연구의 실질적 기초 자료로 활용됐다. [사진=Olivia Murrell]
시체꽃, 기록 체계 미비-유전 계보 단절
연구팀은 세계 111개 기관에서 관리 중인 시체꽃 1,188개체에 대한 기록을 수집했다. 그러나 조사된 정보 대부분은 손글씨 메모, 불완전한 스프레드시트, 산문식 설명 등으로 구성돼 있어 일관성이 없었고 핵심 데이터가 누락돼 있었다.
특히 부모 개체 정보, 꽃가루 출처, 교배 방식 등 번식에 필요한 기본 정보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기관 간 개체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록이 함께 이전되지 않아 계보 추적이 불가능해진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시체꽃 유전 다양성 붕괴
정확한 교배 기록이 없다면, 관리자는 어떤 개체가 서로 관련이 없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 그 결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개체끼리 반복적으로 교배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번 연구에서 조사된 시체꽃 중 24%는 완전한 클론이었으며, 27%는 서로 가까운 혈연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이었다. 일부 기관에서는 이러한 근친 교배로 인해 엽록소가 없는 백색 개체가 태어났고, 이들은 광합성을 하지 못해 모두 생존하지 못했다.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지면 특정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도 사라지며, 개화율이나 번식률 역시 크게 떨어진다.
자연 수분이 어려운 구조, 인공 교배에 기록 의존
시체꽃은 번식 구조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다. 수컷과 암컷 꽃이 같은 꽃 안에서 순차적으로 피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수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평균 7~10년에 한 번 피고, 개화 시간도 하루 이틀로 매우 짧다.
암꽃이 먼저 피고 수꽃은 그 다음에 개화하기 때문에, 인공 수분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교배에 쓰이는 꽃가루의 출처를 정확히 모르면 근친 교배를 피할 수 없다. 번식 자체가 드물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록의 정밀도는 곧 생존률을 좌우한다.

올리비아 머렐이 시카고 식물원 실험실에서 시체꽃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Olivia Murrell]
시체꽃은 전시나 연구 목적으로 다양한 기관을 오간다. 그러나 이동 시 동반돼야 할 기록이 누락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식물은 옮겨졌지만, 그에 따른 유전 정보와 교배 이력은 남지 않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가장 많은 정보 손실이 개체 이동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각 기관이 독자적인 시스템을 사용하고, 정보를 표준화하거나 중앙 집중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체꽃 보존을 위한 관리 방안
연구팀은 시체꽃과 같은 예외적 식’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 야생에서 채집한 개체의 출처와 부모 정보를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 기록 형식과 항목을 표준화해 기관 간 데이터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 개체 이동 시 모든 관련 데이터를 함께 이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 동일한 부모에서 유래한 자손이 기관 간에 분산돼도 추적할 수 있도록 유전 계보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
- 기록 항목의 정의와 용어를 통일해 정보 해석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
현재 야생에서 확인된 시체꽃은 162개에 불과하다. 더 위태로운 것은 식물원에 남은 개체들이 서로 얼마나 유전적으로 다른지를 알 수 없는 상황.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근친 교배로 인한 멸종 위험이 커지고, 장기적인 보존 전략도 설계할 수 없다. 따라서 개체 출처, 혈연 관계, 이동 이력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공유하는 정밀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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