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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방·고당분 식단, 뇌 길찾기 능력 저하 확인
- 작업기억·체중과 무관하게 인지 저하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말이 있다. 섭취하는 음식은 단순히 몸을 만드는 것을 넘어, 감정과 사고방식, 심지어 뇌의 작동 방식까지 깊숙이 관여한다. 특히 단맛과 기름진 맛에 길들여진 식습관은 반복적으로 보상을 유도하며 뇌 회로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는 중독적 섭취로 이어지기 쉽다.
문제는 이런 자극적인 음식이 단순한 식습관을 넘어 인지 기능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달고 기름진 음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른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를 끊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이런 음식이 뇌의 특정 기능, 특히 공간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기억력과 관련한 뇌 기능 손상-VR 실험 결과
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고지방·고당분 식단이 뇌의 공간 탐색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8세에서 38세 사이의 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1년간의 식습관을 조사받은 후, 가상현실(VR) 환경에서 3차원 미로를 탐색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가상현실에서 미로를 탐색하는 과제를 수행 중인 시드니대학교 연구 참가자. [사진=newatlas]
미로 속에는 보물상자가 숨겨져 있었고, 참가자들은 지형지물의 단서를 활용해 보물을 찾도록 했다. 제한 시간 안에 보물을 찾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실패하면 자동으로 보물 위치로 이동되어 주변 단서를 익힌 뒤 다시 시도하게 했다. 여섯 번의 반복 이후 마지막 일곱 번째 시도에서는 보물상자를 제거하고, 참가자가 기억을 바탕으로 그 위치를 직접 찾아가도록 했다.
실험 결과, 포화지방과 정제당 섭취가 많은 사람일수록 마지막 단계에서 보물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체질량지수(BMI)나 작업기억력 등의 요소를 통제한 후에도 이 차이는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포화지방과 정제당 많은 음식은 체중뿐 아니라 뇌 기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뇌 기능, 해마 기능 저하 가능성-젊은 뇌도 예외 아냐
이러한 결과는 고지방·고당분 식단이 뇌의 해마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마는 공간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로, 이전에도 동물실험을 통해 유사한 결과가 관찰된 바 있다.
연구진은 비교적 건강한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도 식습관이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중이나 작업기억 능력이 정상이더라도, 식단의 질이 나쁘면 뇌 기능 저하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이번 연구는 자가 보고 방식의 식습관 조사였고,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VR 기기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탈락한 점 등 일부 한계도 존재한다.
자극적인 음식 섭취가 반복될수록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 뇌의 보상 회로와 해마 변화가 함께 변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는 식습관과 뇌 건강 간의 직접적인 연관 가능성을 나타낸다. 특히 공간 탐색 능력은 일상에서 길을 찾거나 새로운 환경을 익히는 데 필수적인 기능인 만큼, 젊은 시기부터의 식이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구팀은 이런 인지 저하가 식습관 개선을 통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체중 관리나 대사 질환 예방을 넘어서, 뇌 기능 유지 측면에서도 클린식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식단과 뇌 기능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영국의 대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섭취가 전체 식단의 10% 증가할 때마다 치매 위험이 약 2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식품이 체내 염증을 유발하고, 뇌 기능 저하와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Imperial College London, 2023). 또 다른 실험 연구에서는 고지방·고당분 식단을 섭취한 실험쥐의 해마에서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수치가 감소하고, 공간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관찰됐다(Molteni et al., Neuroscience, 2002). 특히 청소년기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는 이 같은 식단이 장기 기억 손상을 일으키며, 그 영향이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연구진은 이 손상이 아세틸콜린 수치의 변화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University at Buffalo, 2024).
반면, 건강한 식단이 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특히 지중해식(Mediterranean) 식단과 대시(DASH) 식단의 장점을 결합한 MIND(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 식단은 인지 기능 유지 및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평균 연령 65세의 성인 참가자들이 MIND 식단을 3개월간 실천한 결과, 작업 기억, 언어 기억, 주의력 등 주요 인지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다. 더불어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확인한 결과, 뇌의 전두엽 피질의 표면적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Smyth et al., Scientific Reports, Nature Portfolio, 2021. DOI: 10.1038/s41598-021-042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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